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유정희, 정은우 / 아이네아스)
오랜만에 흥미로운 책을 만났습니다. 만화 <드래곤볼>을 일본 제국주의를 이해하는 평론으로 쓴 책입니다. 대체로 평론은 형식자체가 난해하기도 하며, 평론가들이 일부러 글을 어렵게 쓰기 때문에(물론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일상에서 쓰이는 용어를 쓰지는 않습니다) 대중들의 인식에 평론은 어렵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드래곤볼이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를 텍스트로 삼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드래곤볼이 일본 제국주의 관점을 나타내고 있다니.
대략 이 책의 관점을 설명하자면 드래곤볼에서 저자는 손오공은 일본을 상징하며, 프리더는 미국과 제국주의를, 피콜로는 이슬람을, 야무치는 대한미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렸습니다. 프리더가 혹성 베지터를 폭파시킨 것은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연상케 하며, 손오공은 지구에서 평범하게 자라났지만 실은 사이어인의 혈통을 가져 초사이어인이 될 수도 있는, 이는 프리더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일본인의 욕망 등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평론가가 아닌 동양사에 정통한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단지 만화 텍스트 내에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근대 역사와 드래곤볼 내 장면을 연결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물론 일본 제국주의 관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해석이 부가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겠습니다. 여기에 일본인의 의식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일본만화 <지팡구>의 여러 장면을 들어 자신들의 근거를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근대역사를 강조해서 배우지 않으며, 따라서 독자 대부분 일본의 근대 역사에 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저자들의 해석이 맞든 틀리든 무언가 반박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드래곤볼이 일본인의 의식 체계와 제국주의 관점을 나타낸다는 주장과 만나면서 흥미로운 텍스트로 다시 변모한 것은 사실입니다. 드래곤볼을 읽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드래곤볼을 정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책의 레이아웃은 그리 세련된 편은 아니어서 제목에 비해 글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 외로 술술 읽혔습니다.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독자나 만화 자체를 좋아하는 독자, 또는 제국주의에 관해 관심을 갖는 독자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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